한국 자동차부품·전자업체 미국 진출 점점 늘어
현대·폭스바겐·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북미를 중심으로 신규 전기차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과 전자업체들도 대거 합류하고 있다. 2차 협력사까지 신규 투자와 고용을 북미 지역에 집중하고 있어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공허해지고, 부품산업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 정부는 세계 2위 자동차 열관리 부품업체인 한온시스템(구 한라공조)이 1억7000만달러(약 1억7000억원)를 투자해 기업 설립에 나선다고 1일(현지시각) 밝혔다. 테네시주 동부 Loudon County에 위치한 EV 열 관리 시스템 공장. 자동차용 냉난방공조(HVAC), 파워트레인 냉각, 히트펌프 시스템을 생산하는 한온시스템은 차량 열관리 시스템 부문에서 일본 덴소에 이어 세계 2위 기업이다.
이번 한온시스템의 미국 투자 발표는 지난 5월 조지아 공장(현지인 160명 고용)에 4천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2차 투자를 한 데 이어 빌 리(Bill Lee) 주지사가 한온시스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Systems의 투자로 600개가 넘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입니다.” 포드 공급업체인 LG마그나 e파워트레인도 지난달 7억9000만달러를 투자해 테네시주에 공장을 짓고 13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이르면 2024~2025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의 북미 전기차 공장 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부품업체들의 북미 지역 투자가 확인되고 있다. 전기차 양산을 준비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단일 부품 주문이 아닌 모듈과 시스템을 묶음으로 주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현지 완성차 업체들과 손잡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자동차, 부품, 배터리, 타이어 기업의 북미 지역 총 투자액은 142억6천만 달러를 넘어 1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LS ELECTRIC과 자동차 부품 자회사 LS eMobility Solutions는 각각 미국 텍사스와 멕시코 두랑고에 공장을 짓고 있다. 아진산업(3억1700만달러), 서원아메리카(3억달러), 세코에코플라스틱(2억5000만달러) 등 현대차그룹 핵심 부품업체들도 미국 투자에 나섰다. 뒤를 이어 DIC(미국 켄터키), DH AUTOWARE(멕시코 몬테레이), 서한오토(미국 조지아) 등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체, 배터리 업체, 중견 부품업체 등의 신규 투자가 미국에 집중되면서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소 부품업체들은 대기업들의 북미 거점 마련에 따른 전동화 전환 부담, 기존 거래선 약화, 물류비용 증가 등 삼중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 부품업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맹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부품업체 중 70%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국내 인구 감소로 인한 인력난 심화, 고금리에 따른 경영자금 부담 증가 등으로 중소 부품업체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연맹 회장은 “미래차 전환기에 부품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미래차 생산기지 투자 인센티브 제도의 지속·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